No.169 : Navy

Boiled Wool Jacket

• 키 : 172cm
• 몸무게 : 73kg
• 허리 사이즈 : 31~32 size
• 구매 사이즈 : L

작년에 가장 잘 구매한 아우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No.169를 고를 겁니다. 그 어떤 옷보다 더 자주 입었던 아우터였습니다. 올해 겨울도 마찬가지고요. 두께가 두껍지 않은 편인데도 소재가 울 95%에 라쿤 5%라 상당히 따뜻하거든요.

이 제품의 경우 재질도 그렇고 위 사진처럼 소매 마감이 밴드 처리가 된 것도 그렇고, 일상에서 편하게 입곤 하는 후리스와 많이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편하게 걸칠 수 있어서 손이 자주 간다는 부분까지도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리스를 많이 사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다른 브랜드에서 사서 입는 후리스보다 더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제품입니다.

일단 단추 디테일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리스는 대체로 지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스통은 달랐습니다. 이니셜이 새겨진 고급스러운 색상의 단추를 사용해 평소에 보던 후리스와 차별점이 있죠. 막 입는 외출복이 아니라 가볍게 꾸며 입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주머니 형태도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의 후리스는 주머니가 사선으로 박혀있는 반면에 이 제품은 수직으로 박아서 주머니에서도 단순한 후리스가 아님을 피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주머니 안쪽 마감도 깔끔합니다.

그리고 봉제 디테일도 남다릅니다. 봉제 선을 숨기는 후리스도 많고 한 줄로 마감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세 줄로 마감해서 169만의 재미있는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봉제선의 안쪽 마감은 마치 바스통 청바지의 솔기 마감처럼 되어 있습니다. 바스통만의 솔기 처리 방식인데 단단해 보이고 실밥이 잘 안 터져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밑단의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선으로 꼬인 듯한 코듀로이 소재의 마감이 No.169를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코듀로이 마감은 카라까지 연결되고, 카라는 스탠카라로 약간의 아치가 있어서 은은한 품위마저 선사합니다. 얼마 전에 본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 하나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일순간에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키기 때문에 무섭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네이비 색상과 아치가 마치 그 너울을 연상시키는 것만 같아 거친 느낌까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은은한 품위와 거친 분위기를 동시에 가지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너만 기온에 맞춰 조절해서 입으면 겨울부터 간절기까지 입기에 정말 좋습니다. 물론 매우 추운 날씨에 입기엔 절대적인 두께의 한계 때문에 부적절할 수 있으나 강원도 지방을 제외한 국내에서는 꽤나 자주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눈꽃이 내리는 날씨였는데요, No.319 니트와 함께 입으니 두껍지 않은 착장에도 춥지 않게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