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77 : Navy

Pea Coat

• 키 : 172cm
• 몸무게 : 73kg
• 허리 사이즈 : 31~32 size
• 구매 사이즈 : L

동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피 코트 하나를 장만해서 그 나름의 감성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와 유럽의 양식이 혼합된 그 독특한 분위기의 동유럽 속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워 보이는 피 코트를 입으면 근사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유럽으로 향하기 며칠 전, 바스통 쇼룸에 들러 No.177 피 코트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바스통 피 코트의 첫 인상은, 마치 옛날 사진에서 보던 해군들의 복장을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 특히 옛날 피 코트에 쓰이던 것과 비슷한 앵커 디자인이 거친 해군의 감성을 뚜렷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현대적인 세련된 감성이 가미되어, 밀리터리 감성이 풍만하면서도 범용성 있게 캐주얼한 무드도 어느정도 챙겼습니다.

두텁고 큰 카라도 눈에 띕니다. 카라가 유독 큰 것은 해군들이 거친 바닷 바람으로부터 깃을 세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죠. 바스통의 피 코트 카라 뒤에도 깃을 세운 채 고정할 수 있도록 버튼이 달려 있습니다. 덕분에 찬 바람이 불 때면 깃을 세워 차가운 바람을 견딜 수 있습니다.

센터 벤트와 함께 피 코트 고유의 길지 않은 기장 덕분에 활동성에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롱 코트가 기장이 길고 부담스러울 때면 저는 이 피 코트에 손이 자주 가더라고요. 우선 편한 데다가 그리 무겁지 않고, 포켓도 커서 수납력도 훌륭하니 의도치 않게 자주 입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프린팅 있는 이너와 함께 입는 것이 아닌 이상 웬만한 옷들과 조합도 괜찮아서 고민도 덜 합니다.

맨 아래 사진은 바르샤바의 문화과학궁전 맞은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피 코트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유럽 중에서도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동유럽 분위기가 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과학궁전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잘 받아주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피 코트보다 현대적인 입김이 들어간 만큼 No.006에서 볼 수 있었던 코디지나 세로로 박힌 포켓 디테일 같은 것은 없지만, 그만큼 깔끔하면서 범용성 좋은 피 코트입니다. 무엇보다 캐시미어 블렌디드로 기존의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피 코트에서 볼 수 없었던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동시에 밀리터리 감성 특유의 날카로운 느낌도 살아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옷의 분위기가 무겁고 진지하지 않아서 겨울에 가볍게 걸치기에도 좋습니다. 심지어 입고 있으면 엄청 따뜻하다면, 이 모든 장점들이 한 코트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바스통이란 브랜드를 거론하지 않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