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된 옷이라기에는 너무나 멋지게 닳아있는 ..
1년을 망설였다. 어떨 때엔 어이없을 정도로 허투루쓰는 돈을,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옷에 투자하는 돈은 아까웠는지 말이다.
그 사이, 점찍었던 001 mustard,첫 모델은 디자인이 바뀌었고, 그 해, 가을과 겨울을 보낼 요량으로 004를 선택했다.
시나위의 겨울비보다 더 잔인했던, 12월, 새벽녘, 바람 숨을 곳 없던 한 적한 외곽의 영화 현장. 인공으로 비를 만들 준비가 너무나 완벽했던 강우기가있던 그 곳.
지상에서 20m위의 강우기가 가동을 하며 빗줄기를 서서히 세게 조절하고 카메라가 레코팅을 시작. 2분이 채 안되는 시간. "컷!" 사인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비가 옷 위로 흐르면서 얼어붙은 얼음 줄기들은 펄럭이는 손 놀림에 '투두둑'하고 떨어진다.
외투 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봤을 때, 뽀송뽀송함이란... 참 ... 잠깐의 행복이었지.
2분여를 한 세트로, 10분,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마도 한 시간이 경과한 후부터 어깨 언저리와 팔꿈치 부분이 젖었지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에도 역시나 생각했던 건, '우리 일은 참 일반적이지 않아.' 였다.
그 덕에, 대표님이 계실때 푸념했다가 왁스 두 통분을 바르는 편의를 제공받아, 참,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지.
그 일을 시작으로 일상과 작업의 구분없이, 날씨의 구분없이(추운 겨울의 온전한 야외 활동복으로는 무리였던거다)
왁스가 닳아진 곳은 부분 코팅으로,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엔 세탁없이 덧 씌워서 코팅을, 정신없이 일 할때엔 왁스가 다 날아가
태양에 색이 바래질 정도로 겨울, 봄, 가을의 세 계절을, 두 해 반을 보냈다.
차갑지만 볕 좋은 겨울에, 때타고 바래지고 듬성듬성한 왁스자욱있는, 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건 나 혼자만의 만족감을 위해서다.
댓글목록
작성자 박승환
작성일 2016-08-21 22: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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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명원
작성일 2016-08-30 15: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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