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셔츠는 사실 누구나 갖고 있는 아이템이고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물건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옷이죠. 그냥 길 가다가 아무 SPA 브랜드 샵에 들어가도 살 수 있죠.

하지만 이걸로 멋을 내기는 은근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물론 거적떼기를 걸쳐 놓아도 명품을 입은 것 같은 아우라를 내뿜는 강동원 같은 사람이야 뭘 입어도 상관 없겠지만,

저 같은 평범한 남자는 옥스포드 셔츠를 단품으로 입으면 그냥 편하게 나온 느낌 이상 내기는 힘듭니다.

옥스포드 셔츠 특유의 적당한 구깃구깃함과 릴랙스한 핏(이건 만들기 나름이지만), 원단의 조직감이 주는 편안한 느낌은 물론 장점이지만, 그 이상의 멋을 주기는 의외로 어렵달까요.

오히려 삐끗하면 자칫 편안함이 아니라 후줄근함으로 굴러떨어지기 십상이고요.

그렇다고 옥스포드 셔츠를 드레스 셔츠처럼 몸에 착 붙는 핏으로 만들어서, 빳빳하게 다림질해 입는 것도 좀 마땅찮고...

그냥 싸고 편한 맛에 저려미 옥스포드 셔츠를 사서 입곤 했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게 있을텐데 하는 생각은 항상 있었습니다.

바스통의 201 셔츠는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대안이었습니다.

편하긴 하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은 지루한 느낌의 버튼다운 칼라와 달리, 201의 칼라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은 갖고 있으면서 우아한 곡선을 유지합니다.

그냥 단추 한 두 개 풀고 노타이로 입어도 좋고, 타이를 매도 맵시있는 모양새가 나오더군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201 옥스포드 셔츠에는 매끈한 실크 타이보다는 조직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재질의 타이(니트 타이나 울타이 같은)가 더 잘 붙는 느낌입니다.

재질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사실 화이트 셔츠의 재질이란게 그냥 봐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건 그냥 만져보면 좋다는게 느껴지네요.

적당히 도톰한 두께에 폭신한 감촉이 살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따로 이너를 입지 않고 입어도 전혀 거부감이 없습니다.

흰색의 느낌도 그냥 창백한 흰색이 아니라, 살짝 따뜻한 느낌을 주는 흰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아이보리까지는 아니고요.

아무튼 포근한 원단의 텍스쳐와 잘 어울리는 흰색이라서 입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편안합니다.

봉제와 마감은 뭐 바스통 제품 답게 완벽하고요. 너무 튼튼하고 깔끔하게 잘 바느질 되어 있어서, 셔츠가 소모품이라지만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바스통의 이름이 각인된 단추 역시 아름답고, 기둥 세워서 잘 달려있고요.

아, 그리고 핏- 사실 위에서도 말했듯 옥스포드 셔츠는 몸에 너무 착 감기는 것보다는 살짝 여유있는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그렇다고 너무 아저씨 통핏이면 세련된 느낌을 주기 힘들기 때문에 그 타협점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스통의 핏은 그 적절한 지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가슴과 암홀이 적당히 여유가 있어서 옥스포드 셔츠가 가져야 하는 편안함은 충분히 제공하는 동시에, 적절하게 들어간 허리 라인으로 날렵한 느낌도 주고요.

제 체형에 아주 잘 맞아서 매일 입고 싶은 셔츠네요.

바스통이 아우터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저는 그 못지않게 셔츠도 잘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 값을 충분히 하는 셔츠라고 봐요.

눈 여겨둔 셔츠 제품들이 몇 개 더 있는데, 조만간 또 구매하러 가야겠습니다.

봄은 예쁜 셔츠 입기 좋은 계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