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바스통 403 헨리넥을 입으며 소매가 긴 버전으로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반팔도 너무 만족하며 잘 입고 있는데, 7부 정도 소매로 나오면 다른 느낌으로 너무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그 일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19ss 룩북에 403 헨리넥의 7부 슬리브 버전인 406이 있는걸 보고 '이건 사야만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원단은 403과 거의 동일하나 조금 더 부드럽고 도톰한 느낌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이미 2년을 입은 403인지라... 원단 자체의 차이인지 세탁과 착용에서 비롯된 변화로 인한 차이인지는 확신하기 어럽네요. 다만 격자 형태의 짜임이 눈에 잘 보이는 특유의 조직감, 두께감이 여름 티셔츠 치고 제법 있지만 몸에 잘 감기제 않고 공기가 잘 통하는 쾌적한 착용감, 매우 부드럽게 몸을 타고 흐르는 모양새 등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은은한 아이보리 색감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사실 오프 화이트나 아이보리 색감은 계절과 관계없이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컬러이긴 하지만, 특히 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깨끗한 이미지를 주면서, 또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고, 또 완전히 쨍한 퓨어화이트 컬러보다는 관리가 조금이나마 편한 면도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상의 이너 컬러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절한 아이보리 톤을 잘 잡으신 것 같아요.


핏 같은 경우, 소매 길이만 늘린게 아니라 기장도 전체적으로 늘려서 좀더 여유로운 느낌을 강화하면서, 바지에 넣어입는 코디를 할 때 더 편하도록 조정한 듯합니다. 그리고 기장을 늘린 대신 슬릿을 좀더 깊게 앞판과 뒷판의 기장에 조금 차이를 두면서 빼서 입어도 총장이 과하게 길다는 느낌은 없게 안배를 한 섬세함이 마음에 듭니다. 빼입든 넣어입든 다 잘어울려서 활용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아무래도 170 초반의 작은 키라서 슬리브가 모델분 착용샷 보다는 조금 길게 떨어지는데, 소매단의 폭이 적당하고 봉제와 원단이 롤업에 적합해서 접어서 입기 좋은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하의의 소재나 전체 코디의 분위기와 관계없이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지라, 마음 같아서는 매일 입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옷이.나무 빨리 낡을까봐 아껴입고 있습니다. 한 벌 더 사려고 하는데, 네이비 컬러를 살지, 아이보리 컬러를 하나 더 살지 고민이네요ㅠ 유일한 단점이라면 여러벌 쟁여놓고 입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랄까요.


아무튼 이런게 나오면 딱 좋겠다 하는 상상을 너무 완벽하게 실제로 구현한 옷이라 만족도가 정말 높네요.